"태어난 시간을 몰라서 사주를 못 봐요." 의외로 많은 분이 겪는 일입니다. 시를 모르면 사주는 어떻게 될까요? 시주가 하는 일, 시 없이 읽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태어난 시를 찾는 현실적인 방법까지 정리합니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연·월·일·시 네 기둥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연·월·일은 대부분 정확히 알아도, 시각만은 모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전에는 출생 시각을 따로 기록하지 않은 집이 많았고, 병원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분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기억도 "새벽쯤", "점심 무렵"처럼 흐릿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태어난 시를 모르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시주는 사주의 네 기둥 중 마지막 기둥으로, 하루의 시간대를 열두 지지(자·축·인…)로 나눈 자리입니다. 명리에서 시주는 주로 이런 것들을 상징합니다.
첫째, 인생의 후반부와 말년의 흐름. 연주가 초년, 월주가 청년, 일주가 중년이라면 시주는 노년의 자리로 봅니다. 둘째, 자식과의 인연. 셋째,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속마음이나 내밀한 재능. 넷째, 직업의 구체적인 결실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시주가 있으면 이 영역까지 촘촘히 읽을 수 있습니다.
팔자 여덟 글자 중 시주가 두 글자(시간·시지)를 차지합니다. 시를 모르면 이 두 글자가 비어, 사실상 여섯 글자로 사주를 읽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이 흐릿해집니다.
시주 자리의 십신(그 사람의 후반부·자식·숨은 기질을 나타내는 관계)이 빠지고, 시지에서 나오는 일부 신살과 지장간 계산이 달라집니다. 또 시주의 오행이 빠지므로 오행 균형과 용신 판단의 정밀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주가 오행이 팽팽하게 맞선 경우, 빠진 시주 두 글자가 저울을 기울일 수도 있었기에 용신이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행히 사주 해석의 중심축은 대부분 시주 없이도 유효합니다. 사주에서 '나'를 상징하는 일간은 태어난 날에서 나오므로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 성격과 기질, 오행의 큰 분포, 대운과 세운의 흐름은 시를 몰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시를 모른다고 사주를 못 보는 것이 아닙니다. 큰 그림(나는 어떤 사람이고, 지금 어떤 흐름을 지나는가)은 그대로 보이고, 다만 후반부·자식·숨은 결 같은 세부의 일부가 흐려질 뿐입니다. 시가 정 궁금하다면, 확실해진 뒤 다시 정밀하게 보면 됩니다.
시각을 안다고 생각하는 분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하루의 시작인 자시(밤 11시~새벽 1시) 무렵에 태어났다면, 자정을 기준으로 날짜(일주)가 통째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 11시 30분 출생이라면 유파에 따라 그날 자시로 볼지, 다음 날 자시로 볼지 해석이 갈립니다.
여기에 진태양시 보정까지 겹치면 더 미묘해집니다. 우리 시계는 표준시에 맞춰져 있어, 서울 기준으로 실제 태양시는 약 32분 늦습니다. 그래서 시계로 밤 11시 20분이라도 진태양시로는 아직 10시대라, 자시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진태양시와 서머타임 글 참고). 정각·경계 무렵 출생이라면 이 보정 하나로 시주가, 때로는 일주까지 바뀝니다.
채움 만세력은 시각을 몰라도 사주를 볼 수 있도록 '시간 모름' 옵션을 제공합니다. 입력할 때 시간 모름을 선택하면, 시주를 제외하고 연·월·일주와 오행·용신·대운·세운을 계산해 보여줍니다. 없는 시각을 억지로 채워 잘못된 시주를 만들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경우 결과 화면의 해석은 시주가 빠졌다는 점을 감안한 참고용으로 봐 주세요. 나중에 태어난 시를 확인하면, 그때 시각을 넣어 완전한 여덟 글자로 다시 정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흐릿한 시각을 좀 더 또렷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가족의 기억을 모으세요. "밥 먹을 때쯤", "출근하고 나서", "한밤중에" 같은 정황도 두세 명의 기억을 겹치면 시간대가 좁혀집니다. 둘째, 태어난 병원의 출생 기록이나 산모수첩, 아기수첩에 시각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정 어렵다면 기억나는 정황으로 시간대를 좁혀 두어 개의 후보 시각으로 사주를 각각 뽑아 비교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